Monday, February 22, 2021

백기완 선생님을 추모함

 아침에 눈발이 떨어지다가 장례식에 도착해서는 

많은 눈이 내렸다.


현수막을 보러 올라갔더니 
6.25 때에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현충탑이 서 있었다.




선생님은 평생 통일운동을 하셨지만,  
자신이 눈을 감은 곳이 
남북이 처절하게 반목했던 
비극적인 현장이었다.




선생님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민중 대표로 
1987년 대선후보로 나섰을 때였고 
특유의 말투 때문에 여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학생운동을 하셨던 선생님이 그분의 이력을 말씀해 주셨고 


나라 두 쪽 난 것도 서러운데 가르마를 
왜 내서 머리를 가르냐고 
가르마가 없다는 특이한 헤어 스타일과
그분의 이력을 말씀해 주셨고 

고문경력과 수배중에 
어느 절에서 수배 전단지 속의 딸을 보고 눈물 지었다는 
대선후보 연설 방송 내용을 전하셨다.




대학에 들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배우며 
선생님이 만든 가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깨지 않으면 깨진다"는 선생님의 신조도 
책 앞장에 적어 놓곤 했었다.

시위 현장의 먼발치에서 본 적이 있었던 듯도 하다.

언젠가 학교에 와서 연설하실 때 
87선 야권분열을 안타까워 하시며
송편 옆면 같은 코가 
가장 예쁜 여학생 코라고 하셔서
 참 예쁘 말이라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는 안국역 지하철에서 내리다 
옆으로 내리시는 모습을 본 것이
아마도 내가 생전에 대면한 마지막 모습일 듯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느 분은 국가로 지정될 만하다고 주장도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미래의 일이 될 것이고 
아시아권에서의 투쟁 현장에서 
그 노래가 불러 지고 있다고 
뉴스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억압받고 

차별 받고 

사람이 사람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이 노랫말이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리라

장례식에 들렀다 집에 가는 길에 

눈을 맞는 전봉준 동상을 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교수형에 처해 졌다고 한다.

전봉준이 떨쳐 일어나  꿈꾸던 세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백기완 선생님이 평생을 바쳐 온 싸워 온 꿈도 

전봉준과 다르지 않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그 모든 꿈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무거운 숙제로 남아 있다.


사실 두렵기도 하고 자신도 없다. 


나는 시대의 무임승차에 익숙했기 때문일까?


노동자 문제, 통일 문제, 빈부격차 문제, 

주변 강대국 속에 우리의 이익을 계속 관철 시키며 

북과 대화한다는 것은 

너무도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이며 

우리 내부의 반대 세력을 포용하고 설득하는 것 

또한 역시 어려운 문제이다.


어떤 이는 백기완 선생님이 싸워왔던 

박정희 때문에 밥이라도 먹고 산다고 

그의 공적을 기리지만 

밥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많은 소소한 것들을 

이제는 국민이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 

용납하지도 않게 되었다. 

당장에 밥만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강요하는 

정치 승계세력은 모두 단죄하였다.


백기완 선생님의 죽음을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그런 글을  마음대로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 행위 자체가

백기완 선생님이 이룩한 공적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노래를 들으며 

평범한 일상이 코로나19로 위협받게 되니 

이전에는 무심코 지낸 일상의 편안함이 그리워 진다며

이 노래야말로  지금 시점에 딱 맞는 가사라는 

댓글을 보았다.


선생님이 일생을 바쳐 이룩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성과가 

지금은 우리 모두 너무나 당연하게  만끽하기에  

그 가치를 잊고 지내는 듯하다.


선생님 항상 앞에 계셔서 

뒤에 따르던 

저는 덕분에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못다 이룬 꿈

역시

모두의 꿈이 되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것입니다.


이제는 편안히 쉬세요,,

 







👉선생님의 이면을 알 수 있었던 기사

초등학교 중퇴학력으로 당시 김상돈 서울 시장 딸 영어 교습을 했었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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