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4시간 런닝 타임이 지루하지 않더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봉원사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필름포럼이라는 영화관이 있다. 좀 일짝 와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이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나와서 옛날 생각도 하고 그랬다. 동문회관 자리에 뒷동산이 있어 거기서 남녀대학생이 말뚝박기하고 있었는데 여자가 술래였다. 남학생이 올라타니 여학생이 비명을 질렸다. 그래서 대학 가면 다 저러고 노나보다 했는데 막상 대학에 가서 한 번도 여자 술래로 말뚝박기하는 것을 시도도 구경도 못 해봤다. 4시간 상영시간을 어떻게 버틸 걱정부터 앞섰다. 정첸의 데뷔작이자 친아버지, 친형이 나온다. 불안 정국의 대만은 곳곳에서 군사훈련을 한다. 치안 유지를 위해 청소년 비행에 방관하며 무고한 시민을 정치범으로 모함한다. 긴 시간을 보았지만 딱히 지루하지 않았고 재미있었다. 세트가 없어 전부 현장에서 찍었는데 절묘한 카메라앵글로 오히려 분위기를 잘 살렸다. 보호 본능을 일으켜 다가간 소녀가 감당할 수 없는 자아를 보이자 뒷걸음치는 소년의 당혹감이 옛 추억을 소환한다. 영어 노래 가사를 얻기 위해 대학생 누나가 받아쓰기하는 장면은 어딘가 낯이 익다. <행 제로><말죽거리 잔혹사>의 원조 격 영화라는 느낌이 팍 와닿았다. 의외로 관객이 많았다. 👆체격이 큰 청년이 자주 왔다 갔다 해 시야도 가리고 쿵쿵 발소리도 심해 집중력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