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08, 2024

드라마 < 녹두꽃 (2019) >-스스로 혁명으로 깨어나는 조선의 근대





 SBS에서 2019년에 방영한 녹두꽃을 보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작품으로 임권택 감독의 <개벽(1991)>이후 처음이다. 전봉준이 김명곤, 최시형이 이덕화로 나왔다.

 조정석이 메인으로 나와 전봉준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맑은 눈이 야비한 악인이나 권모술수를 쓰는 악한 성격을 표현하는데 선입견을 갖게 한다.




윤시윤이 이지적인 조선 선비 모습을 잘 보여준다. 한복과 얼굴에서 서늘함이 느껴진다. 일본유학 경험을 한 유생으로 나오는데 동하농민혁경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는데 좋은 설정이다.


최무성 배우가 전봉준을 연기했는데 상상 속의 전봉준과 다르다. 뭔가 고뇌하는 지식인으로 왜소하며 꼼꼼하고 깐깐하며 배포가 큰 사람으로 생각되는데 연기자는 다르다.

송자인 역의 한예리를 보부상 리더로 낙점한 캐스팅은 좋았고 그가 입은 한복이 참 잘 어울린다. 강한 기질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익에 밝은 모습이나 애정표현보다 결기가 강한 테러리스트 이미지가 더 강했다. 영화 <해무 (2014)>, <미나리(2021)>에서 보았다.





배우들이 전반적으로 쓰는 전라도 사투리를 찰지게 잘하시는 분도 있고 어색한 것도 있고 아예 표준어로 말하는 농민도 있다. 분장도 농민인데 이쁘고 잘생기기에 치중해 바닥 천민이라는 느낌이 사라졌다.

깃발에 쓰인 한자나 한글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도부에 지식인이 다수 있었고 사발통문까지 잘 재현해 놓고 농민 깃발 글씨는 소홀히 해서 드라마 완성도가 떨어진다. 마치 식당 간판 같다.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로 만들었지만, 전봉준과 흥선대원군과의 관계는 아예 다루지 않은 듯하여 아쉽고 촘촘한 인간관계를 짜놓은 것은 대단하지만 시대상이나 폭발적인 농민의 분노는 강도가 약하다는 생각이다.

인물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신분, 욕망, 상호 모순관계는 정말 잘 짜여 졌다. 배우들의 연기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촬영감독의 앵글 또한 감정선을 잘 살렸다.


















동학 주변인물의 이야기로 동학혁명과 주변 시대상을 설명하는 아주 훌륭한 이야기는 훌륭하지만 어치피 소설이라면 남녀애정관계보다 손화중이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의 비기를 여는 장면을 드라마 첫도입부에 -천둥벼락과 비맞으며 올라가는 장면-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제우 선생님이 검결(칼노래)를 부르며 여러 제자들과 시호 시호(드디어 대가 되었다)를 외치는 장면의 칼춤과 칼-혁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도 조금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5.에서 보여 준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이라는 부분의 백산 봉기 연출은 아주 잘되었다. 제작비 문제로 사람을 가득 채우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동학도가 상견례에서 맞절을 하는 부분을 넣지 않은 것은 의아하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니 내가 누군지 아니? 나 하얼빈 장첸이야"를 외쳐 배꼽빠지게 웃기던
장이수 역의 박지환배우가 보인다. 

E6. 신분제에 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잘 보여 주었다. 소년동학접주 김구와 청년 안중근을 보는 듯하다. 전투씬도 칼로 베는 장면이 정말 사실 같고 처음 전투에 참여한 사람의 심리적 공포와 공황도 너무나 잘 표현했다.
 
E7. 난리 통에 서로의 처지가 순식간에 바뀌고 사람들의 욕망이 엇갈리는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 대본이 훌륭한 이유도 있지만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잘 받쳐주어 드라마가 흡입력이 대단하다. 진사이면서 사회 기득권과 사회정의 사이에 갈등하는 황진사 역의 최원영이 주목된다. 

E8. 전주성 입성 전 황룡촌 전투 장면은 시도는 좋았지만 허술하고, 임오군란과 관련한 최덕기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 낸 작가의 자료 준비가 철저하다. 장태를 이용한 전투 장면, 회선포(게틀린 기관총)를 위시한 조선 경군의 무기체계도 잘 보여주었다.


☝전주성 서문지 이곳으로 동학군이 처음 입성하였다.


☝한국 사극의 한계인 같은 장소 돌려 쓰기인데 아마도 문경에서 전주성 전투씬을 찍은 듯하다.





☝전주 동학혁명기년관 
무라타소총, 죽창,목검, 화승총 다양한 무기를 드라마에서는 보여 주는데 동학군이 다야한 근대 무기를 사용해 총과 총으로 교전한 부분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겠다.


☝전주 선화당
☝ 전주 경지전을 보전해 왕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그 안에서 폐정개혁안을 쓰는 전봉준을 연출한 것은 그의 정치력과 개혁의지를 가진 근대인으로 잘 표현하였다.

백이현(윤시윤)이 악마성을 끌어 내어 질주하는 연기를 눈빛과 입모양으로 괴기스럽게 보여준다.

 E9. ~11.

텐진조약에 의해 청군에 맞서 일본군이 제물포에 상륙한다. 제작비가 없어 일본군이나 청군 규모가 몇 사람으로 그치니 드라마상 조선 경군이 진주성에서 대치하면서 느끼는 외세 개입에 대한 정치 군사적 심리적 타격을 잘 실감나게 묘사하지 못했다. 얽히고설켜서 그때그때 시국에 따라 변하는 인물 구성과 행동이 잘 조화롭게 이어진다.

"갑오세 가보세 을미적을미적 병신되면 못가리"라는 동학관련 노래도 대사로 연계하여 정말 자료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백가의 정실부인으로 나온 채씨(황영희)는 영화 <마더(2009)>에서 김혜자의 뺨을 대리는 역할을 했디고 하는데 실제로는 20번 이상 해서 오케이가 났다는,,,목포가 고향이라 전라도 사투리가 진국인데,,전라남도 사투리도 지역마다 다르지 않을까?

거시기의 엄니인 유월이(서영희)는 어느 새 동학군을 지원하고 자기 자식자랑을 정실부인에게 하는 한시적인 백일천하 모습을 보인다. 송자인에게 친하게 되는데 갑자기 형세가 바귀는 모습이 어색하다. 서영희는 영화 <추적자>, <김복남살인사건의전말>에서 나왔다.

가장 놀란 사람은 홍계훈(윤서현)이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그다!!!. 

드라마를 보면서 작가가 얼마나 사료정보와 고증에 바탕해 철저히 인물관계도를 만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당분간 동학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기 힘들 듯하다.

전주화약을 둘러싼 동학군내 의견대립에서 김개남의 중량감이 너무 없다.

보리밭에서 전봉준과 거시기의 해학이 이 드라마 중 제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E12.
흥선대원군의 등장과 전봉준의 식객설을 다룬다. 거시기가 동생을 그리워하는 부분에서 이 드라마는 격동의 순간 가족사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나 이념, 우국충정 보다 가족을 더 생각하는 것이 맞다. 임오군란이나 갑신정변의 실패가 민중들이 동학의 개혁을 선뜻 동조하지 않는 시대배경을 잘 묘사했다.

E13.~14.

집강소의 혼란과 개혁의 어려움, 의식개혁의 한계를 보여 준다. 일제가 침략 야욕을 드러내는 장면은 한 번도 드라마에서 보여 준적 없는 신기원을 이룬 작품이다. 87년 6.29 이후 혼란상과 8월 노동자 투쟁으로 오히려 시민들이 노동자에 등을 돌리게 되는 현상이 떠오른다. 그리고 결국 대선에서 패하였다. 저번에 나온 이준혁이 감초처럼 나온다. 웃지 않을 수 없다.

E15. 

역사책에도 잘 안나오는 경국궁 침탈(1894년 갑오왜란)을 드라마로 복원했다. 대단하다. 혼성여단도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드라마 고증이 완벽하다.
 
흥선대원군과 전봉준의 관계를 잘 보여 주었다.

전쟁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윤시윤의 다중인격이 잘 보여주었고 선하게 살려고 해도 주변이 안도와주니 다니 악인이 되는 모습도 잘 보여준다. 이거 옛날 조폭에서 손씻고 살다가 다시 조폭이 되는 모습, 여우가 사람되려고 하다가 노름꾼 남편 때문에 다시 구미호되는 모습

다시 청일전쟁이 발발하니 타이밍과 인물변화가 너무나 완벽하다. 전쟁이 여러 인생의 역전과 몰락을 가져왔다!! 정말 멋진 연출과 대본이다.

동학농민혁명이 청일전쟁을 유발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좋게 연출했다

E16. 

개화파 지식인이 된 이현의 사연이 설득력있게 전개된다. 조선에서 또는 일본에서 신분에 밀린 지식인이 해외유학경력을 활용해 개화를 했던 일화와 일맥 상통한다.

*보기를 중단했다가 최근 계엄, 탄핵 시국에 남태령 전봉준 트랙터 행진에 응원봉 시위가 일어나며 #"남태령이 곧 우금치"라는 트위터 글을 읽고 다시 보았다.


북촌시네마의 <다시 동학이다>


E17.~E19.
초반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하나도 소비하지 않고 잘 엮었다. 인물들간의 오해가 다 풀리고 거병으로 합세한다. 신분제나 개혁에 대한 기득권의 반발, 노비들의 도덕적 해이 등이 잘 드러난다.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물처럼 흐르듯 이야기 전개에 큰 중심을 잡아 주는 최더기(김상호)가 보인다. 고부군수로 나온 묵직하고 맑은 목소리 톤의 고부 군수 박원명(김하균)이 개스비콘CF에 나왔던 배우이다.

E20.~ E21.

              혁명은 계획을 불허한다.

              혁명은 운영되지 아니한다. 

              혁명은 그저 일어나는 것이다.

                -데이비드 다이아몬드-

기대했던 우금치 전투를 아마도 한국 드라마 최초로 다루었다. 전쟁 상황이나 보급을 잘 정리했고 제작비 문제로 동원한 인원의 부족으로 규모가 축소되어 보였다. 우금치 장소도 마땅치 않다. 할 이야기는 많은데 제작비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투 상황에서 각 인물 간 심리묘사를 잘했으며 인생을 꿈으로 표현하거나 "가보세요(참요)" 동학 당시 노래를 삽입한 부분은 잘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스스로의 자각으로 진정한 근대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백미다. 비장한 장면이나 전투씬이나 사형장면 등을 사실감있게 앵글로 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E22.~E24.

인물 간 갈등과 해소가 잘되었다. 동학 봉기가 의병 운동으로 이어지는 마무리도 좋았다. 인물간 인연을 강조하다 보니 긴장감 있어야 할 부분이 느슨하게 연출된 것도 있었다. 대둔산 전투로 대사로 처리한 아쉬움이 있지만 고증을 찾아내 드라마로 삽입한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이수로 나온 배우 박지환이 김경천으로 나오는데 나름 실감나게 보여 주었다. 

전봉준과 김개남의 의견대립을 생략한 점이나 김개남의 비중, 최후 등이 못마땅하다.

농사가 끝나고 추위에 임박한 농민군의 상황이 잘 안나오고 여름이나 봄 전투를 하는 듯해 아쉽다.

황진사와 백이현의 앙금과 백이강과 백이현의 이복형제 대화 장면이 백미인데 우금치 전투도 이렇게 영상미를 살리지 못했을까 아쉽다.

최근 <카라바조의 그림자>를 보았는데 안현배 미술사가가 외국 사극과 우리 사극의 차이로 인물과의 거리감을 들었다. 그만큼 외국의 과거 인물은 400여 년 전의 인물도 현대인 같고 우리의 과거인물은 옛날 사람 같다는 것인데 그 이유가 작품화의 빈도로 들고 있다. 전봉준과 동학혁명은 이번이 공중파 최초 드라마한 경우이고 영화는 <개벽 (1991)>이후 알지 못한다.

"때 만나서는 천지도 내 편이더니
운 다하니 영웅도 할 수 없구나"

"백성 사랑 올바른 길이 무슨 허물이더냐,
나라 위한 일편단심 그 누가 알리"

-1895년, 동학 지도자 전봉준

국립광주박물관 영상 속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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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이누가미 일족 (1976) > -옛날 영화인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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