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승부(2025) >- 바둑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흥미롭게 만든 영화
바둑을 둘지 모른다. 알까기는 그나마 어릴 때 해봤지만 장기나 좀 두다 말았고 나와는 거리가 아주 많은 문화 요소이다.
이유는 가족, 친지 중에 바둑을 두시는 분이 없고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뒤돌아보면 내가 성장하면서 열린 창 같은 것은 형이고 학교 선생님, 대학 선배, 교수님 등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게 이런 혜택을 누리게 지원하신 분들은 부모님이시다. 그런데 이 그룹 중에 바둑을 두시는 분들이 없었다.
어쨌든 바둑에 대한 나의 인연은 없고 가끔 기원 같은 데를 지나다 봐도 낡은 건물에 허름한 간판이 당구장과 같이 뭔가 인생 망치는 늪 같은 이미지라 유인되지 않았다. 인터넷 바둑이나 바둑 중계를 보고 신문 기사를 봐도 딱히 인물에 대한 평가, 잡기에 대해 좀 들어 알 뿐이지 바둑의 내용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젠가 김용옥 선생님이 바둑을 올림픽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둑이 스포츠인가? 라고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마 우리가 스포츠 해외 진출이 박찬호 말고는 드문 때라 그랬을 것 같은 데 동양적 체력 열세를 "바둑"이라는 것으로 대체하면 서구인을 압도할 수 있다는 뭐 불평등의 말씀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종목에서 한국인도 해외 스포츠계에 진출해 피지컬의 열세를 하소연할 필요도 없고 바둑은 한국이 천하무적의 세가 꺾인듯하다. 일본의 오타니는 오히려 서구인을 압도하는 피지컬을 갖고 있고 성적 또한 전무후무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하여간 바둑은 "세계최강의 공격수", "화려한 공격" 어쩌고 기사가 나도 어느 프로 기사가 어느 아나운서와 결혼했다는 기사는 들어와도 바둑 자체에 관한 것은 읽어도 알 수 없는 글들이었다. 한글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지인이 충암고 출신이라 이창호가 세계최강이라 충암고 최고의 인물이라고 할 때도 최악은 윤석열 딱히 와닿지 않았다. 그나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바둑에 관심이 생기기는 했다. 이 이야기도 충분히 <승부 2>로 영화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승부>라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않고 어제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이유는 영화관에서 볼만한 급(?)이 아니라고 판단해서이다. 만 오천 원의 돈을 내고 영화관까지 가서 볼만하냐는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몇 달이 지나 어제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엄 이후의 다이나믹한 정치현실이 영화보다는 뉴스를 더 보게 만들었다.
지루한 이야기를 이병헌과 유아인, 고창석, 현봉식, 남문철, 조우진, 정석용, 전무송, 주진모, 곽자형 등 조연배우의 연기로 재미있게 보았다. 바둑 내용보다는 인생 이야기로 풀어서 더 흥미로웠다. 고 남문철님이 연기한 백선기 역은 과거 꼰대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를 돋보이게 한 헤어와 의상팀에 박수를!!!
어눌한 이창호의 모습을 유아인이 잘 표현했으며 괄괄하고 공격적인 최절정의 고수로 분한 이병헌 또한 말이 필요 없는 연기였다. 그런 인물을 돋보이게 한 헤어나 의상팀의 빛나는 노력도 칭찬한다.
이창호의 바둑 스타일을 평하는 대사 중 상대방이 자기 재주껏 다 하도록 해놓고 나중에 끝날 때 보면 반집 차로 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 한화 이글스 투수 정우람 선수를 평할 때 "던지는 걸 보면 칠 수 있는데 막상 치면 안 맞아요"라는 안경현 선수의 해설이 떠올랐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알파고가 쓰는 전략이 이창호 수법과 비슷한데 당시에는 속수무책이었다고 한다.
마지막에 당진 무우당에서 눈 내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최고 절정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이 다시 일어나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그 과정이 좀 부족하게 나왔고 이창호와 조훈현의 비중을 맞추다 보니 어중간하게 된 게 아쉽다.
바둑에 관한 세기의 맞데결 알파고와 이세돌의 이야기를 다룬 <승부 2>를 기다려 본다.
👆유일하게 이창호에 대해 읽은 책, 안타깝게도 저자인 이창호의 친동생인 이영호 님이 2024년 돌아가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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