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 빌(2003)에서 우마 서먼은 어느 나라 법으로 처벌받을까?

우연히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2003)>을 봤다. 

학교 다닐 때 섭외사법이라는 걸 수강했는데 과연 어떻게 적용될까? 

AI에게 물었다.


 — 미국인이 일본에서 일본인을 살해했다면? 국제형법과 섭외사법 이야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003년 영화 《킬 빌: 볼륨 1(Kill Bill: Vol. 1)》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우마 서먼이 연기한 여주인공 베아트릭스 키도(The Bride)가 일본 도쿄의 식당 '하우스 오브 블루 리브스(House of Blue Leaves)'에서 일본 야쿠자 조직원들과 벌이는 대규모 결투 장면이다.

일본도를 휘두르는 주인공 앞에서 수많은 조직원이 쓰러지고 팔다리가 잘려 나간다. 마침내 그녀는 조직의 두목인 오렌 이시이(O-Ren Ishii)와 눈 덮인 정원에서 결투를 벌여 살해한다.

영화에서는 통쾌한 복수극으로 묘사되지만 법률적으로 생각하면 흥미로운 문제가 생긴다.

미국인이 일본에서 일본인들을 살해하고 상해를 입혔다면 어느 나라 법으로 처벌해야 할까? 미국 법원일까, 일본 법원일까?

1. 범죄가 발생한 장소가 중요하다 — 속지주의

형법에는 '속지주의(屬地主義)'라는 원칙이 있다.

범죄자의 국적과 관계없이 자국 영토 안에서 발생한 범죄에 자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일본 형법 제1조는 일본 국내에서 죄를 범한 모든 사람에게 일본 형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베아트릭스가 미국인이더라도 일본 도쿄에서 살인과 상해를 저질렀다면 원칙적으로 일본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피해자가 일본인이든 미국인이든, 일본계 미국인이든 마찬가지다.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의 형사재판을 피할 수는 없다.

2. 일본 형법으로 처벌하면 얼마나 무거운 형벌을 받을까?

영화 속 베아트릭스의 행동을 일본 형법에 대입해 보자.

① 살인죄 — 일본 형법 제199조

사람을 살해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구금형에 처할 수 있다.

② 살인미수죄 — 제199조 및 제203조

살해하려 했지만 피해자가 살아남은 경우에는 살인미수죄가 성립할 수 있다.

③ 상해죄 — 제204조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경우 15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5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④ 상해치사죄 — 제205조

상해를 가한 결과 사람이 사망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 구금형에 처할 수 있다.

영화처럼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중상을 입었다면 복수의 살인죄와 상해죄 등이 문제 될 것이다.

다만 모든 사망이 곧바로 살인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의, 공격 상황, 정당방위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3. 오렌 이시이 살해와 조직원 살상은 법적으로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등장한다.

베아트릭스의 모든 살상행위가 동일한 범죄일까?

그렇지는 않다.

베아트릭스는 오렌 이시이를 살해할 목적으로 일본에 왔다. 사전에 계획된 복수라는 점에서 고의적인 살인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크레이지 88 조직원들과의 전투는 다르다.

그들은 일본도를 들고 베아트릭스를 공격한다. 베아트릭스 역시 일본도를 사용하여 공격을 막고 상대방을 쓰러뜨린다.

일본 형법 제36조는 급박하고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이나 타인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한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한다.

따라서 조직원들과의 전투에서는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미 무기를 버리고 공격을 중단했다면 그 이후의 공격까지 정당방위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결국 일본 법원은 각 피해자에 대한 행위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4. 미국인이니 미국 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지 않을까?

형법에는 속지주의 외에도 여러 관할 원칙이 있다.

**속인주의(屬人主義)**는 자국민이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원칙이다.

수동적 속인주의는 자국민이 외국에서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일정한 범위에서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원칙이다.

보호주의는 국가의 안전이나 중요한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해외 범죄를 처벌하는 원칙이다.

미국도 일부 해외 범죄에 대해 형사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인이 해외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 미국 연방법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형사법에는 별도의 역외적용 근거가 필요하다.

따라서 베아트릭스 사건은 범죄 발생지인 일본이 가장 직접적인 형사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일본에서 체포되고 기소된다면 일본 법원에서 일본 형법에 따라 재판받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 대사관은 영사조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미국 국적자라는 이유만으로 일본의 형사재판을 미국으로 가져올 수는 없다.

5. 섭외사법과 국제형법은 어떻게 다를까?

법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섭외사법(涉外私法)'이라는 용어가 익숙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2001년 법률 개정으로 섭외사법의 명칭이 국제사법으로 바뀌었다.

국제사법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법상 법률관계에서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 것인지 등을 정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일본에서 일본인의 재산을 훼손하거나 손해를 입혔을 때, 피해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그러나 살인죄나 상해죄의 형사처벌은 성격이 다르다.

형벌권은 국가가 행사하는 공권력이므로 각국 형법의 장소적·인적 적용범위와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관할권을 판단한다.

따라서 《킬 빌》의 살인 사건은 국제사법보다 국제형법 또는 국제형사재판관할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정확하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국제형법은 국가 간 형벌권의 적용 문제를 뜻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다루는 집단살해죄·전쟁범죄 등과는 구별된다.

6. 베아트릭스가 미국으로 도망갔다면?

영화에서는 베아트릭스가 일본에서 대규모 살상행위를 벌인 뒤 별다른 형사절차 없이 일본을 떠난다.

현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일본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베아트릭스가 미국으로 귀국했다면 일본은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있다.

다만 인도 여부는 조약의 요건과 미국 국내법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국적자라고 해서 무조건 인도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가 허용되어 일본으로 송환된다면 일본에서 재판받게 될 수 있다.

7. 영화 속 복수와 현실의 법질서

《킬 빌》은 복수극이다.

관객은 주인공이 겪은 비극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복수에 감정적으로 동조하게 된다.

그러나 법은 복수의 동기가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폭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살인 피해자였던 사람도 다른 사람을 살해하면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과거의 피해와 현재의 범죄는 법적으로 구별된다.

국가의 형벌권은 사적인 복수와 구별되어야 한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일본도가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일본도를 사용한 행위 하나하나가 형사재판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킬 빌》의 도쿄 결투를 법률적으로 해석하면, 미국인이 일본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므로 원칙적으로 일본 형법에 따라 일본 법원에서 재판받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적보다 범죄 발생지가 우선하는 속지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법률적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관련 법률

  • 일본 형법 제1조: 국내범에 대한 적용

  • 일본 형법 제36조: 정당방위

  • 일본 형법 제199조: 살인

  • 일본 형법 제203조: 살인미수

  • 일본 형법 제204조: 상해

  • 일본 형법 제205조: 상해치사

  • 일본 형사소송법 제2조: 토지관할

  • 미·일 범죄인 인도조약

  • 대한민국 국제사법

※ 이 글은 영화 속 가상 사건을 실제 법률에 대입한 해설이며, 등장인물에 대한 유죄나 형량을 확정하는 법률적 판단은 아니다. 법정형은 2025년 일본 형법의 구금형 제도 시행 이후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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